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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적 구분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억압과 지배의 형태 본문
그리고 이러 한 계층적 구분이 오늘날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 이다. 억압과 지배의 형태가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의 진화와 역사 속에서 서서히 진행된 것이다. 환언하면, 지배를 인간 문화의 보편적 특성으로 보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배의 개념 자체가 유기적 사회라 볼 수 있는 선사시대나 문자이전의 공동체에 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Sintado 115). 그래서 북친은 ‘수반하다’ (involve)라는 동사를 사용해 지배 개념의 발생을 설명한다. 이 동사는 북친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인간이 연소자, 여성 나아가 서로를 지배하기 전까 지는 자연에 대한 지배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지배가 시작되 면서 자연에 대한 지배가 동반되었다는 주장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는 다 른 인간에 대한 지배와 서로 맞물려 ‘수반되어’온 것이라는 이러한 주장은 결국 자유로운 친생태적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억압과 수탈만을 문 제 삼고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님(Remaking Society: Paths to a Green Future (이후 RS로 약칭함) 44)을 시사한다. 생태적 불평등과 억압만이 제거되 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제도의 변화를 시도해야만 오히려 보다 근본적으로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 생태주의 자는 다양한 층위의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유기적 사회로의 환원을 꿈꾸는 것 이다. 유기적 사회의 특성은 나이, 성별, 빈부, 그리고 종의 차이에 구애 받지 않 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이다(Bookchin, TES 76). 이러한 관점에서 본 헉슬리의『멋진 신세계』는 생득적으로 특권을 부여받 은 지배계층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지극히 반생태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를 유기적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배와 억압을 조장하 는 사회 제도, 예컨대 극단적인 계층의 구분이 사라져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 27 - 사회 생태주의에서 말하는 생태적 완전체(ecological wholeness)는 단일성을 강조하는 불변의 동질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아주 반대되는 복잡성과 역동적인 다양성의 강조를 의미한다(Bookchin, EF 24). 생태계의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은 환경의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속의 사회는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 통치자는 오히려 동질성을 선호한다. 다양성을 지닌 사회보다 동질성을 지닌 사회에 대한 지배와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지배와 통제가 난무하는 반생태적인 사회가 유기 적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인식의 변화를 위한 기초적 단계가 바로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다. 즉, 계층(hierarchy) 에서 팬아키(panarchy)3)로 향하는 인식의 변화이다. 팬아키의 주된 관심은 한 체계 속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계층이 단순히 수직적 명령 체계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각의 계층은 수직적 체계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하위 계층 역시 상위 계층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상호 작용에 의해 생태계가 유지 된다는 주장이다(Wildenberg 34). 신세계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체제이다. 이 세 계국에는 상위 계층이 일방적으로 하위 계층에 명령하는 위계체계만이 존재한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의 의견 제시와 상호 작용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신세계 의 이러한 사회 구조의 전체성을 고발함으로써 헉슬리는 역동적인 다양성의 가 치와 중요성을 옹호하는 만큼 이상적인 생태적 사회가 지양해야 하는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국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태아기 때부터 사회 계층이 구분된 구성원들은 성별과 연령의 차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 이 등에 바탕을 둔 차별이 내면화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팬아키 의식을 새롭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 생태적 사회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은 차별이 아니 3)팬아키(Panarchy)는 크로포드 홀링(Crawford Stanley Holling)이 생태계의 복원성(Resilience) 에 연구에서 사용한 생태 용어로 큰 생태계와 그 하위의 작은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 을 미치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계급 (hierarchy)이라는 용어가 지닌 위에 서 아래로의 수직적 관계의 영향과 세력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하겠다 (390). - 28 - 라 평등과 조화 그리고 화목이지만, 세계국 시민들에게 그러한 가능성은 태어나 면서 차단되는 것이다. 즉,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필 요성의 인식은 사회가 다양성과 자발성의 토대 위에서 생성되어야 하고 바로 그러한 자발성과 다양성이 계층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생태계의 구성 원리임 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Bookchin, TES 84)하는데, 세계국인들에게 는 다양성과 자발성의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일한 외모와 성향을 지니 고 태어나며, 어떠한 독창적인 사고 기능도 지니지 못한 엡실론, 그리고 이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 베타, 감마, 델타와 조건반사로 인해 정해진 사고 외에는 하지 못하는 알파가 이룬 사회 속에서 인식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태적 사회 와 이 신세계의 관계는 극과 극이 대치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헉슬리의 서사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인해 극과 극은 만나게 되어있다(33)라 고 언급하는데, 이러한 언급은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묘사 함으로써 단순히 절망적이고 어두운 사회를 그려내려 한 것이 아니라 역으로 독 자의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하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에서는 사회 통제를 위하여 과학기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한 명의 성인이 만들어지기 까지 수정에서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쳐 수면 학습과 전기 충격 등을 사용한 조건 반사 훈육과정이 모두 런던 부화 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신세계는 사회 계층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과학의 힘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어, 과학이 실패하면 함께 무너질 사회다. 과학과 인류 그리고 생태 문제를 언급할 때 요즘 자주 사용되는 인류세(Anthropocene)4)라는 용어는 인간의 행위가 생태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지질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뜻한다. 이제 더 이 상 생태계의 문제를 인간의 사회활동과 동떨어진 현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인류세 논의는 사회 생태학의 입장과 함께하는 측면이 있다. 에리카 퍼난데즈(Erica Fernandez)는 과학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지식 을 생산해내는 단순한 하역장의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결정이 통찰력과 사회 집단 간의 합의를 요구하는 사회적 그리고 생태적 체계에 4) 인류세는 폴 크뤼천(Paul Crutzen)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의 자연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시대 순으로는 신생대 제4기 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것이다(Zalasiewicz, et al. 4). - 29 -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객관적이 고 가치 평가로부터 자유롭다는 주장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과학적 증 거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부분적으로 진실일지라도, 어떤 주제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와 그 결과를 누구와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떠한 과학자들도 가치 평가의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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