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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의 정치적 이용과 생명공학의 무비판적 수용, 인류의 조급함 본문
작가는 우생학의 정치적 이용과 함께 생명공학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하는 인류의 조급함을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추재욱은 생명공학을 통한 인간복 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소설이 현대 사회가 지켜야 할 생명윤리와 관련된 경 고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명공학 연구자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 련한 윤리적 책임과 연구의 공익성을 함께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생명공학의 연구와 실천이 생태학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지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과학과 생명윤리 43). 그러나 헉슬리의 신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세력과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게는 생명윤리나 생태적 사고 가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런던 부화 연구소의 헨리 포스터(Henry Foster)는 생명윤리가 결여된 알파 계 층의 전형이다. 그는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정당하다고 믿 는 인물이다. 그는 조건반사를 이용한 훈육방식에 대한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보 카노브스키 방식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열성을 보이며 그 일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흑인의 난소가 뇌하수체 분비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직접 보아야 하는데 말입 니다. 유럽인들을 다루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는 실로 놀라울 정도 입니다. 하지만,” 포스터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의 눈에는 열정적인 빛이 감돌 - 33 - 았고 그가 턱을 들어올리는 모습은 무척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세운 기록을 깰 것입니다. 저는 현재 놀라운 델타 마이너스 난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겨 우 18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1만 2천 7백 명 이상의 아이가 생산되었거나 태아의 상태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난소는 왕성합니다. 우리는 곧 그 기록을 깰 것입니다.” You should see the way a negro ovary responds to pituitary! It’s quite astonishing, when you’re used to working with European material. Still,” he added, with a laugh (but the light of combat was in his eyes and the lift of his chin was challenging), “still, we mean to beat them if we can. I’m working on a wonderful Delta-Minus ovary at this moment. Only just eighteen months old. Over twelve thousand seven hundred children already, either decanted or in embryo. And still going strong. We’ll beat them yet.” (6) 한 난소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생산해 내는 것은 헨리에게 도전이 며 그저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마치 좋은 물건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사업가처럼 의기양양하다. 작가는 헨리라 는 인물을 통해서 생명공학과 복제술의 순기능만을 맹신하는 현대의 첨단과학자 들에게 그리고 그러한 과학의 힘을 무비판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모한 정치인들에 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레니나 크라운(Lenina Crown)은 베타계층으로 신세계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 는 여성이다. 보카노브스키 과정과 조건반사 훈육을 거치면서 계급이 철저하게 조건화된 레니나는 사회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엡실 론은 자신들이 엡실론인 것을 속상해하지 않을 것(64)이라고 말하지만, 베타계급 인 자신도 지배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기계처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계급의식의 조건화는 비단 엡실론을 비롯 한 하층계급에만 해당되지 않고 상위계층도 조건화된다. 신세계의 국민은 누구도 조건반사화를 피할 수 없다. 심지어 높은 지능을 가진 최상층 알파마저도 이러한 조건화를 피할 수 없다. 소장이 학생들을 인솔해서 연구소 내부를 견학중 보이는 - 34 - 반응은 그들 역시 조건화의 희생양임을 반증한다. “조용히 하시오, 조용히 하시오” 라는 소리가 모든 복도에 계속 들려왔다. 이 소리에 학생들과 심지어 소장 역시 자동으로 발뒤꿈치를 들었다. 그들은 알파계급이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조건반사가 되어졌기 때문이다. “Silence, silence,” the trumpet mouths indefatigably repeated at intervals down every corridor. The students and even the Director himself rose automatically to the tips of their toes. They were Alphas, of course, but even Alphas have been well conditioned. (21) 주지하듯이 조건반사는 어떤 환경이나 자극이 주어지면 무의식적인 반응이나 행 동을 보이는 현상인데, 알파 계층도 그처럼 무의식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다. 높은 지능은 있으나 사고의 기능을 상실한 국가의 지배자들이 과연 건강한 사회로 향하는 변혁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최고 지배층마 저 과학기술에 의하여 지배당하고 있으나 스스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 지하지 못하는 세계국의 시민들이 인간의 자연 지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멋진 신세계’라는 표현은 물론 반어적이다. 세계국은 오히려 잔인하기 때문에 그렇다. 보카노브스키 과정에서 엡실론을 만들기 위해 연구소는 태아들에게 산소 공급을 줄인다. 태아를 표준 이하로 유지시키는데 산소 결핍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양손을 비볐다. [. . .] “바보 같으니라고” 소장이 긴 침묵 끝에 소리쳤다. “엡실론의 태아는 엡실론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엡실론적 환경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드 나?” Nothing like oxygen-shortage for keeping an embryo below par." Again he rubbed his hands. [. . .] "Ass!" said the Director, breaking a long silence. "Hasn't it occurred to you that an Epsilon embryo must have an Epsilon environment as well as an Epsilon heredity?" (11) - 35 - 산소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작가가 가장 적나라하게 인간의 잔인성을 고발하 는 대목이다. 의도한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태아의 발육 환경까지 조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탄생이라는 자 연 현상에 개입하고 조작하면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잔인해 질 수 있음을 보 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헉슬리의 생태적 사유는 단순히 자연을 향한 인간의 잔인 성과 지배욕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세계국이 자연 현상에 과학적 인위를 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 국가의 사회통제라는 정치적인 목적이다. 즉,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해야하는 필요성이 대두하고, 사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은 계급의 명확한 구분이고, 계급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인간의 태아기부터 계급의식의 조건화가 필요하였던 것이다. 사회통제를 위하여 자연 조작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 조작의 근본 원인은 사회통 제의 필요성이기 때문에 본래의 자연 상태로 회귀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사 회를 과도하게 억압하고 통제하는 정치행태를 바꾸는 것이다. 사회구조의 변혁을 통해 친생태적인 사회와 문화를 복구해야 한다는 사회생태주의의 입장과 주장을 재음미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북친이 생태위기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의 재정립에 있다고 주장할 때, 그가 어리석고 낡은 신화로 되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삶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의식의 성립과 더불어 스스로 행동하며 어떠한 억압도 존재하지 않는 합리성의 함양을 주장하 고 있는 것이다(TES, 84). 하지만 조건화되어 사회에 나온 신세계의 시민들이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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