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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윤리적 경계와 세계의 사회 통제 본문
과학의 윤리적 경계는 유동적이고 인간에 의해 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 가치는 항상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2). 신세계의 사회 통제에 과학이 미치는 영향을 사회 생태 주의적 관점으로 고찰하는 것은 생태적 사회 건설을 위하여 과학이 맡아야 할 역할을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신세계에서 과학의 정치적 이용은 다수의 의견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몇 안 되 는 세계 통치자들의 개인적인 깨달음과 세계관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다. 무스타 파는 과학이야말로 사회 안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 정치적 수 단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한때 소비를 강요하던 제도가 있었지.” [. . .] “대규모의 양심적 반항이 일어났지. 더 이상 강제로 소비를 하지 못하겠다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반항이었던 거 지.” [. . .] “마침내 세계 국가 통치자들은 강압적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 지. 체외수정, 네오 파블로바식 조건반사 그리고 수면학습이 더욱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야” “There was the conscription of consumption.”[...] “Conscientious objection on an enormous scale. Anything not to consume. Back to nature” [. . .] "In the end," said Mustapha Mond, "the Controllers realized that force was no good. The slower but infinitely surer methods of ectogenesis, neo-Pavlovian conditioning and hypnopaedia …" (42-43) 세계국 통치자들의 깨달음은 그들의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 기관을 만들 기에 이르고, 런던 부화 연구소는 바로 그러한 기관의 핵심이다. 소설의 초반부 가 이 연구소에 대한 장황한 설명으로 시작된다는 점만 보아도 이 세계가 철저 하게 첨단 과학기술의 힘에 기대어 형성되고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 - 30 - 는 이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과학기술이 사회 구성원들의 계층의식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그러한 계층의식의 고착화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계층의식에 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과연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누가 그것을 통제할 것인가, 과학의 목적이 항상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 등의 사 회생태학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가 주로 이용하는 첨단과학 분야는 생명공학이인데, 생명공학이 반생명 적으로 이용된다. 과학적 사회는 서로 다른 사회 계급을 발생시키고 그 중에는 두뇌가 아닌 인내심과 근육만이 필요한 노동자 계급이 생기게 될 것(Congdon 91)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처럼 과학 기술에 기반을 둔 멋진 신세계에 서는 계급 구분이 명확하고 엡실론이라는 지능이 극도로 낮은 노동자 계층이 존 재한다. 부화실과 조건반사 센터에서 우생학적으로 우월하게 부화된 알파와 열생 학(dysgenics)을 기반으로 제조된 엡실론이 가장 중요한 사회구성의 두 축이다 (Diken 154). 우생학에 기초한 알파는 지배층으로 탁월한 두뇌 기능을 지닌 계 층이고 열생학적으로 만들어진 엡실론은 반항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는 노예 계급이나 다름없다. 마리어스 터다(Marius Turda)는 우생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 해 이들은 서로 상호 유지의 주체들이라고 설명하며, 그래서 우생학적 개량은 치 밀한 사회 공학의 계획 하에, 그리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68)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세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무시되고 유전자 조작이 강제로 이용되고, 철저한 사회 통제라는 목표달성을 위해서 정치와 생물학이 결 탁하는 등, 과학 기술의 남용이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가장 자연 스럽고 생태적인 생명 탄생의 과정에 실로 가공할 만한 인위적인 변화를 가함으 로써 자연과 인간을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생태계의 진화 과정으로부 터 인간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신세계에는 보카노브스키(Bokanovsky) 과정을 통해 사 회의 역할에 맞게 신체와 정신이 세뇌되고 조건화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 실론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헨리 포드(Henry Ford)가 처음으로 T 모델 을 도입한 그 날이 바로 신세계의 시작일이다(44). 그리고 대량 생산의 대명사인 T 모델의 도입은 보카노브스키 방식의 창조를 예고한 사건이다. 인공부화소의 소장은 보카노브스키 과정은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임(5)을 - 31 - 피력한다. 보카노브스키 방식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을 수동적으로 모방하던 단계 에서 인간적 발명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과학의 단계로 발전한 것(10)이며, 인간 이 더 이상 자연의 법칙을 따를 필요가 없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다는 확신 을 얻게 된 계기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영역 속에 놓여있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주장은 보카노브스키 기술을 예찬하는 소장의 언사에서 다시 한 번 표출된 다. “96명의 똑같은 쌍둥이들이 96개의 똑같은 기계로 일하는 모습이라니!” 그의 목소리 는 열의에 차서 것의 떨리다시피 했다. “여러분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는 세계 국가의 표어를 인용했다. “공유, 주체성, 안정” 멋진 말들이다. “우리가 만일 무한히 보카노브스키화 를 해낼 수 있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규격화된 감마, 불변의 델타, 정형 화된 엡실론. 그리고 수백만의 쌍둥이들에 의해서 해결이 될 것이다. 대량생산의 원 리가 마침내 생물학에도 응용된 것이다. "Ninety-six identical twins working ninety-six identical machines!" The voice was almost tremulous with enthusiasm. "You really know where you are. For the first time in history." He quoted the planetary motto. "Community, Identity, Stability." Grand words. "If we could bokanovskify indefinitely the whole problem would be solved." Solved by standard Gammas, unvarying Deltas, uniform Epsilons. Millions of identical twins. The principle of mass production at last applied to biology. (5) 소장은 마치 보카노브스키 과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신봉한다. 생명공학과 복제에 관한 논쟁은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 야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 논쟁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생명공학과 복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기술이 인간 에게 가져다주는 이점, 즉 질병의 치료나 식량생산의 양과 질의 향상 등에 초점 을 맞춘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유전 공학으로 생산된 식량은 프랑켄쉬타 인 같은 괴물 식량으로서 그러한 식량은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또한 통제를 벗어난 생명공학은 환경을 유린하고 생태계 - 32 - 의 다양성을 파괴하여 결국 인간의 삶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복제의 문제를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와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만약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에 눈이 먼 소수 특권층에게 생명공학의 통제가 맡겨진다 면, 인간의 삶은 철저하게 상업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Best and Kellner 440: Gurnham 208). 바로 이들의 우려가 현실화된 곳이 신세계다. 인간이 하나 의 제품으로 상업화 되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인간의 존엄성이 사 라져버린 것이다. 인간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이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반인간적, 반생태적 문화를 조장한 것이다. 한편, 브래드 콘그돈(Brad Congdon)은 헉슬리가 이 소설을 통해 우생학 자체 를 반대하거나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을 지나치게 서둘러 향상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야기할 수 있는 폐해와 부작용을 걱정한 것이라고 주 장한다(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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